[2576-nGPB]
아~. 말 그대로입니다.
[2576-nGPB]
‘저는 이 행성에서 내리겠다’는 뜻입니다.
[2576-nGPB]
중도 하차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2576-nGPB]
음~. 저는 중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하핫)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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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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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 점은 심려치 마십시오. 차장 씨.
다아 괜찮을 겁니다.
[2576-nGPB]
저는 정착하지만, 곧 돌아갈 테니까요.
[2576-nGPB]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차장]
… …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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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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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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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6-nGPB]
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사함)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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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6-nGPB]
자아, 차장 씨는 그렇다 치고… (당신들을 돌아본다.)
[2576-nGPB]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조는 느릿하게.) 당신들은 이 자리에 있어서 썩 좋을 것이 없을 터입니다만 …
(*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조금 답변해줄수는 있을듯합니다. 상황의 설명을 요구하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음~ 죽기 전 최후의 토킹어바웃)
Q. 방금 그게 무슨 뜻인지/이게 무슨 상황인지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 행성… 정확히는 이 위성에 정착하여 죽을 예정입니다.
제법 살기 좋아보이지 않습니까? 무단 점거해도 아무도 절 고소하지 않을 겁니다. (농담마냥.)
Q. 여기 아무것도 없지않느냐
괜찮습니다. 곧 생길 테니까요.
[2576-nGPB]
그렇군요.
여기 계신 몇 분에게는 언젠가 말씀드린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2576-nGPB]
저는 ‘종의 목적’에 충실할 뿐이며, 이는 생존과 보전이라.
이 목숨은 어디까지나 선대와 후대를 잇는 연결고리에 불과하다고.
[2576-nGPB]
모든 생물은 태어나 살아갑니다. 종을 이을 후대를 남깁니다. 당신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것들을 언젠가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2576-nGPB]
그리고 저는…
[2576-nGPB]
아, 이제 때가 되었군요.
(BGM: https://youtu.be/y3yWKlstp_s)
[2576-nGPB]
(말을 마친 2576-nGPB는 장갑의 끝자락을 잡고 당겼습니다.)
[2576-nGPB]
(드러난 손가락은 척 보기에도 이형의 모습을 띕니다. 살점이 고개를 쳐들기라도 하듯 일어섰다가 주저앉으며 요동칩니다. 피부를 팽창시킨 혈관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천천히 느릿하게. 세포의 파도는 점점 손가락을 타고 올라 번집니다.)
[2576-nGPB]
(‘이것’은 미소를 띄운 채 기괴하게 변질되어가는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딘지 아련하며 후련하고, 씁쓸하며 더없이 기쁜 얼굴로.)
[2576-nGPB]
(손을 들어올립니다. 더욱 멀리 퍼질 수 있도록.)
[2576-nGPB]
(이윽고, 손가락 끝부터 만개하길 기다린 봉오리마냥 피어납니다.)
[2576-nGPB]
(피어난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수식어를 사용하기에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아름다움에 대한 모독이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자그마한 알갱이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비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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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주에 점점이 박힌 별과 같이, 혹은 바람이 불어 잔뜩 흩날린 민들레 홀씨와 같이, 수많은 알갱이는 참 용케도 당신들의 몸에 내려앉지 않습니다. 그저 점점이 황폐한 바닥에 떨어질 뿐입니다. 물도 양분도 없는 메마르고 쓸쓸한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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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가운데에서 ‘이것’은 붕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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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형상이 무너진 자리에 가운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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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가 닿은 바닥에서 기괴한 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넓게 퍼진 살덩이같은 물질은 점점 위성의 표면에 번져갑니다. 엷게 맥동하는 꼴이, 틀림없이 살아있는 생물이란 사실을 증명합니다.)
[2576-nGPB]
(문득, 퍼진 살덩이로부터 무언가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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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으로 물들어가는 그 형체는 익히 알던 잔디를 닮았습니다.)
[2576-nGPB]
(그러나 알 수 있습니다. 저것은 우리가 아는 순수한 여린 잎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뿌리 대신 혈관이 바닥에 틀어박힌 것을 잔디라 부를 리가 없잖아요.)
[2576-nGPB]
(그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기형적인 생물이 피막을 뚫고 올라옵니다. 어떤 것은 나무를 닮았으나 근섬유를 둘렀으며, 어떤 것은 곤충을 닮았으나 절지류의 다리 대신 사람의 손가락을 달고 있습니다. 온갖 것들이 뒤섞인 ‘종의 덩어리’가, 눈 앞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2576-nGPB]
(그 중 동그란 머리통을 가진 생물이 고개를 내밉니다. 작고 미약하며 붉고 더럽습니다. 잔뜩 주름진 그 생명체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고개를 치켜들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글쎄요, 울음일까요. 목청이 찢어져라 내는 소리는 차라리 비명이라 부름이 어울렸습니다.)
[2576-nGPB]
(... 바닥을 기는 그것은 어딘지 조금, ‘인간’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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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새끼마냥 사방에서 살덩어리들이 괴성을 지릅니다. 살아있다며 부르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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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의 목숨'이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2576-nGPB]
(전부 한 기생 생물이 유전자를 먹어치워 만들어낸 ‘자손’이자,)
[2576-nGPB]
(한 생물학자가 썩어들어가는 행성에서 악착같이 주워모은 '종의 증거'입니다.)
[2576-nGPB]
(생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다시 생으로)
[2576-nGPB]
(모든 것은 오로지 종의 대를 잇기 위하여.)
[2576-nGPB]
[2576-nGPB]
[2576-nGPB]
(이렇게.)
[2576-nGPB]
(2576-nGPB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STORY]
⋆ 그리고 인간이 태어났습니다.
[STORY]
⋆ 하지만, 과연 이 모독적인 생명을 인간이라 불러도 좋을까요.
[STORY]
⋆ 수 만 년에 걸친 문명의 흔적은 이들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STORY]
⋆ 우리의 눈 앞에 있는 것들은 지성체라 부르기엔 한참 모자란 원초의 짐승처럼 보였습니다.
[STORY]
⋆ 하지만 우리 모두 아득히 먼 옛날 저랬던 시절이 있었지요.
[STORY]
⋆ 역사를 갖지 못했던 시절. 바닥부터 쌓아올려가야 했던 시절이.
[STORY]
⋆ 어쩌면, 이것은 또 다른 '종의 기원'일지도 모릅니다.
[차장]
이것들에게 섣불리 손대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차장]
전부 2576-nGPB이니까요.
[차장]
직접 접촉 시, 저것들에게 감염된다는 뜻입니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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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계]
⋆ Space 02.3 종의 기원祈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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