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에 있는 스크립트는 스진 시 사용되었습니다.
초안을 복원하였으므로, 실제 사용된 스크립트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진행계]
… 달각. 달각. 달그락.
단단한 물체가 바닥에 끌리는 듯한 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무슨 소리지? 잠깐 들리고 말겠지. … 라고 생각했지만, 그치지 않는다.
달그락, 달각, 묘하게 거슬리는 소리는 누군가의 발길을 잡아끌었을지도 모르지.
거슬리는 소리를 치우려는 의도였든, 호기심이든 우리 중 일부는 궁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보인 것은…
흩날리는 벚꽃잎과 모노마우스.
마치 관중처럼 늘어서 있는 표적… 아니, 사람 모양의 인형.
그리고 초고교급 검무가 시치자야 잇신이었다.
[잇신]
…
... 이리 모여주시면.
저는 되먹잖은 꼴을 적나라하게 보여드릴 수밖에 없사온데...
허나 ‘출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시치자야의 검무가니까요.
[진행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말을 중얼거리던 잇신은 조용히 무대의 가운데로 걸음한다.
모노마우스조차 숨을 죽인 가운데, 잇신은 허리춤에 걸린 검집으로부터 서서히 검을 빼어…
[잇신]
(곧게 들었습니다. 수평을 이룬 바닥과 수직을 이룬 검. 이 검무극을 관극하게 된 여러분에게 바치는 정도正道의 예절입니다.)
(멋모르는 누군가는 절로 박수를 쳤을지도 모릅니다. 그야, 초고교급 검무가의 검무가 막 시작되려 하는 참인걸요. 하지만 ‘관객’은 당신들뿐만이 아닙니다.)
(사방에는 밋밋한 붕대로 감싸인 인형 스무 개가 놓였습니다. 그들 역시 당신들과 같은 관객입니다. 박수는 치지 못하더라도, 모두의 머리는 정 가운데에 선 시치자야 잇신을 향해 있습니다. … 바람이라도 불었던 걸까요? 조금 흔들리는군요.)
(한 발을 천천히 들고, 나부끼는 옷자락은 허공을 쓸며 검무는 조용히 시작됩니다.)
(당신들 중 누군가는 이미 보았을 춤의 시작입니다. 살의를 담았다 알려진 소문과는 상이하게 부드러운 흐름입니다. 내리는 벚꽃잎이 당신의 콧잔등에 하나, 검신의 위에 하나 내려앉습니다. 검은 꽃잎을 내치지 않으며 흐름에 몸을 싣는 일을 허락합니다.)
(부드러워요. 부드럽습니다. 꽃잎의 바람이 붑니다.)
(흩날리는 바람. 꽃잎. 옷자락. 절삭음. 꽃잎.)
(절삭음.)
(칼날이 느릿하게 목을 감싼 붕대를 베어내는 소리, 단단한 연결부를 파고드는 소리, 머리를 지탱하는 축에 맞부딪히는 소리, 뚜둑, 꺾는 소리, 용케 아직도 몸통과 머리를 이어놓은 나머지 잔여물을 잘라내는 소리. 허공에 퉁겨지는 소리.)
(투둑, 툭. 하고 동그란 물체가 누군가의 발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잇신]
(벚꽃잎이 나부낍니다.
머리도 따라 흩날립니다.)
(알 수 없는 액체도 허공을 수놓습니다.
버드나무 이파리가 춤을 추듯, 너울거리는 칼바람에 색이 점점이 피어납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발자국이 남습니다.
신발 끝에 짓이겨진 벚꽃잎, 눌려 번진 액체가 지장처럼 찍혔습니다.)
(춤의 흐름은 물처럼 흘러 당신의 앞까지 왔습니다. 요지부동이었던, 언제나 식당가의 불상처럼 앉아있던 이의 얼굴엔 가득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진정 살아있다는 듯이, 찰나의 숨을 허락받아 사람이 된 인형처럼.)
(그리고 스칩니다. 둥근 선을 그린 칼날은 당신을 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이는 접점이 없는 원과 직선을 닮았습니다. 싹둑. 검은 정원사의 가위처럼 두 번째 머리를 잘랐습니다.)
(언뜻, 허공에 레몬의 향이 느껴집니다. 스쳐지나간 검무가의 향이 남았던 모양입니다. 이 자리에 오기 전, 레몬 차라도 마셨던 걸까요.)
(아, 스쳐간 향이여, 날아든 단풍 씨앗같은 사람. 그 날은 봄이었습니다. 선명히 기억합니다.)
(열 여섯의 봄.
‘저‘는 살인자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 외부 링크 로그)
(20개. 나뒹구는 머리의 개수입니다. 바닥은 단면으로부터 흩날린 듯한 벚꽃잎으로 꽤 아름다운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예쁘다’고 표현해주지 않을까요. - 제가 말했잖아요. 인형으로 대체 가능하다고요. -)
(한냐. 복수심에 미친 귀신의 얼굴. 궁도장의 가운데엔 붉은 가면을 뒤집어쓴 검무가가 남았습니다. 광기의 웃음을 띈 가면의 너머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가면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조용히, 반듯한 태도로 당신들을 향해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입니다. 이 무대를 관람한 당신들에게 바치는 인사입니다.)
[마스코트]
20명.
[진행계]
그 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모노마우스가 입을 열었다.
[마스코트]
시치자야 잇신. 네가 바란대로 바깥에 있는 네 가족 215명 중 20명을 죽여주겠땃쥐.
[진행계]
동시에 저 너머 모니터에서, 물감이라도 흩뿌린 듯 피가 번졌다. 아니, 터져나왔다.
정확히 20개로 나뉜 스크린. 각 화면 너머에서 소리없는 비명과 함께 액정에 묻은 혈흔이 흘러내린다.
… 연출일까? 정말 바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가운데 모노마우스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마스코트]
자, 이걸로 증명한 거땃쥐?
이 학원장은 너희들에 대한 정보, 가족에 대한 정보까지 다 알고 있땃쥐.
이제 다음 차례를 진행하라는 거땃쥐.
‘나머지 가족 195명의 거처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안에서 살인을 저질러라.’
이게 시치자야 잇신이 바라는 ‘동기’였땃쥐?
그렇다면 주겠땃쥐. 마음대로 날뛰어보라는 거땃쥐, '복수'를 위해서!
[잇신]
(그 말에 시치자야 잇신은 웃었습니다. 입꼬리를 당기며,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웃었습니다. 가면으로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새어나오는 즐거운 기색을 어찌 얇디얇은 가면 따위로 가릴 수 있겠나요.)
(아, 드디어…)
(드디어 제게도.)
그랬지요. 그것이 저와 당신의 ‘거래’였으니까요…
[마스코트]
좋땃쥐. 너희들!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면 언제든 이 학원장에게 오랏쮜.
언제든, 어떻게든, 무엇이든 이용해서 죽일 이유를 만들어주겠땃쥐.
학생을 돕는 일은 학원장의 의무란 거땃쥐!
[진행계]
그리 웃으며 모노마우스는 자취를 감추었다.
궁도장에 우리를 덩그러니 남겨두고서.
자, 돌아가자.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니.
…
우리 중 누구도 죽지 않은 밤이었다.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았다.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저 멀리,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는 오늘 별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었을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있을까.
우리를 살아있도록 만드는 마음은 무엇일까.
누구도 답을 주지 않은 채 시간은 흐른다.
END. 一心, 네 심장에 칼을 꽂길 바라는 단 하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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